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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시장에서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살을 에는 칼바람 속에서도 집에서 챙겨온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할머니가 싸 온 밥이 살얼음으로 뭉쳐있었다. 그 풍경은 단돈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기운차림식당’을 탄생시켰다.


◆10년간 한결같은 그곳…기운차림식당

기운차림식당은 2009년 6월 부산에 문을 열었다. 그 후 ‘세상을 두루 이롭게 한다’는데 뜻을 함께한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전국 17개 도시로 확산했다. 이 식당은 따뜻한 밥을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 그들은 2009년 3월 발대식을 열고 단 3개월 만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2호·3호점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며 전국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속을 따듯하게 채워주고 있다.

식당이 장기간 운영될 수 있었던 건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기부를 마다하지 않은 시민들 덕분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운차림식당은 손님당 점심값으로 낸 1000원으론 부족한 운영비를 봉사자들의 사비와 시민들의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밖에도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다.


특히 인천 부평종합시장 내에 있는 인천지부 식당의 경우 운영비의 90% 이상이 시민들 도움이다. 관할 지자체는 시장 상인들이 기부한 식재료를 다른 복지단체와 함께 식당에 나눠주는 데 그친다. 1년에 1~2회 쌀 20 kg 을 기부하지만 이틀치 식사 분량 밖에 안 된다. 그나마 KB 국민은행 부평종합금융센터 지점장과 부센터장 등 임직원이 사비를 털어 온수기와 싱크대를 기부해 한겨울에 찬물로 설거지하는 수고를 덜었다.

지난 2일 만난 기운차림봉사단 인천지부 한송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도움을 주는 분들도 대개 생활이 어려운 시장상인이나 어르신들이다 보니 살림은 항상 빠듯하다. 한 사무국장은 “얼마 전 무려 5만원을 기부 받아 매우 기뻤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기부였다”고 설명했다.


식당 손님에게 기부받은 목록. 봉사자들은 “큰 도움”이라고 말한다.

 


◆“돈 내셨으니 마음껏 드세요”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점심

그럼에도 식당은 9년 전 문을 연 후 지금까지 한번도 빼놓지 않고 밥상을 차렸다. 한 사무국장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가장 큰 고민 쌀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사비를 털어서라도 밥은 꼭 준비하지만 그럴 때면 반찬이 많이 부실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식당은 무료 급식소와 다르게 1000원을 받는다. 무료급식을 진행해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기운차림봉사단이 고개를 저은 이유가 있다. “식당을 이용하는 분들의 마음의 짐을 덜고,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식사비를 정했다”는 것이다. 식당은 1000원을 받는 대신 원하는 만큼 추가로 음식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은 “늘 고맙고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기부는 식재료 등으로도 할 수 있다. 이마저도 없어서 문제다. 지금껏 기업의 지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쌀 떨어질 때가 제일 걱정돼요”···섬에서 배타고 찾아오는 노인도 있어

식당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100인분의 점심을 준비한다. 식당은 1인당 1000원만 받는 점심을 매일 100인분이나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반찬을 무료로 나눠줬다. 빠듯한 운영비에도 어려운 이웃의 점심을 챙길 수 있었던 건 수년째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차지영 실장의 공이 컸다. 차 실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식당을 찾아오는 이들의 식성을 꿰뚫고 있다. 차 실장은 “매일 오는 어르신도 있다”며 “자주 오시는 분은 식사량부터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됐다. 찾아오는 분은 많은데 음식은 늘 부족해 식사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잔반통을 보니 텅 비어 있었다.

한 사무국장은 “지난 9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분을 뵙고 말하기 힘든 속사정까지 터놓고 얘기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시장 상인들이 주를 이뤘지만 입소문이 난 후 멀리 강화도나 인천 영종도에서 배 타고 오시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자주 오시는 분들이 안 오면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식사하러 오시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분을 챙길 순 없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식당에서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잔반을 버린 할머니는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1000원 식당을 찾는 사람들

식당은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1000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1000원 식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단골손님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다. 특히 시장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이나 혼자 사는 노인 세대가 많다. 처음에는 시장 상인들도 이용했지만 식사가 100인분에 한정돼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런데 기부자 대부분도 노인이다. 노점을 운영하다 팔다 남은 식재료를 기부하는가 하면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는 노인도 있다.

한 사무국장은 “어려운 분들이 비슷한 사정을 이해해 도움 주는 거 같다”며 “모두 자발적인 도움이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전에 눈이 보이지 않는 한 어르신이 5만원을 선뜻 기부해 너무 놀랐다”며 “그분도 힘든 사정이 있을 텐데 인천점이 생긴 후 가장 많은 기부를 받아 죄송스럽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모두 어려운 분들의 도움으로 이곳이 운영될 수 있었던 거 같다. 일전에는 상자째로 물건을 기부해주시는 분도 계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곤 마음 아팠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기운차림식당 자원봉사자들.




◆정과 마음을 나누는 공간···10년간 운영한 비결

노인들에게 식당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잠쉬 쉬어가며 정과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곳이 됐다.

이날 식당을 찾은 한 노인은 “매일 찬밥에 물을 말아먹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좋다”며 “소문 듣고 (식당을) 알기 전까지 끼니 때우는 게 늘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에서 혼자 산다는 또다른 노인은 “점심쯤 식당에 나와 다른 노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며 “1000원 주고 따뜻한 밥 먹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말했다.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복잡한 식당 모습.



차 실장은 “밥시간을 놓쳐 오신 어르신들이 발길을 되돌릴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쌀 구매로 반찬이 부실한 날도 있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웃으며 고맙다 말해줄 때 가장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하는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기운을 얻는다”며 “정을 나누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 분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많아 식당이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

한 사무국장도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말하며 식사 후 간식거리를 사다 주실 때 그렇게 기쁠 수 없다. 어르신이 건넨 간식에는 고마움과 기쁨 그리고 행복이 담겨있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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